'달아오른 솥'에 비유되는 '억압'의 메커니즘
link  미세스약초   2021-05-07

심층심리를 이해하는데 먼저 알아두어야 할 것은 '억압'의 메커니즘이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만약 도덕적이라면 절대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에게 남 몰래 애정을 품게 된다면 여러분의 마음에는 곧 '억압'이 생겨날 것이다. 사회적 관습이나
도덕을 배반하는 욕구나 감정은 자신의 인격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억압'은 여러분의 의식적 노력 없이도 자동적으로 움직이는 메커니즘을 형성한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어쩔 수
없는 반도덕적 욕구나 감정을 무의식의 세계로 추방하여 애초에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느끼게 된다.
내가 이책을 쓰고자 하는 심층심리의 대부분은 바로 이 '억압' 때문에 발생하는 마음의 그림자 부분, 즉 무의식의 세계에
관한 것이다.

억압때문에 이루어지는 심층심리의 세계는 정말 한심스럽고 질척거리는 욕구나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다.때로 그것은
근친상간과 같은 이상 성욕일 수도 있고, 살인할 마음까지 갖는 격한 증오의 감정일 수 있다. 보통 억압을 받기 쉬운
것으로는, 첫째 성욕(특히 이상성욕), 둘째 공격적 성향(특히 반사회적인것), 셋째 유아적 욕구, 감정, 넷째 고통을 수반
하는 기억(정신적 상처라고 할 수 있는 괴로운 기억이나 열등감) 등을 들 수 있다.

이렇게 심층심리의 세계로 밀려난 욕구나 감정은 시간이 흘러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억압'이라는 냄새나는 물건에
뚜껑을 덮었을 뿐, 냄새나는 것 자체가 없어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심층심리의 세계는 억압된 욕구나 감정이 엎치락뒤치락하는 매우 동적인 세계라 할 수 있다.

이 동적인 힘이 때로는 억압의 벽을 밀치고 의식의 세계로 얼굴을 내미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솥 안에서 끓고 있던
물이 수증기의 압력에 의해 무거운 뚜껑을 밀어올리고 밖으로 내뿜어져 나오는 것과 같다. 만일 억압이 훨씬 더 강하다면
솥에서 끓던 물이 뚜껑을 밀어올리는 데까지 이르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김이 샌다든가 뚜껑이 움직인다든가
하는 식으로 무언가 변화가 있는 것은 틀림없다. 그 작은 변화를 주목하고 있으면 솥안의 상태가 어떠한지 대략 짐작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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