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같이 가겠는가. 외로움가 두려움을 조금 해결해 보겠다고, 나눠보겠다고, 굳이 누구랑 같이 가겠는가. 아니, 말리고 싶다.
혼자 하는 여행의 긴장이 쌓이면 쌓일수록 외로움과 두려움 따윈 집안에 아무렇게 굴러다니는 고무줄 같은 게 되 버린다.
혼자 여행을 해라. 세상의 모든 나침반과 표지판과 시계들이 내 움직임에 따라 바늘을 움직여준다. 혼자 여행을 해라. 그곳에는 없는 사람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되고, 더군다나 여기에서도 들었던 똑같은 이야기 따위는 듣지 않아도 된다.
혼자 여행을 한다는 건 나를 보호하고 있는 누군가로부터, 내게 애정을 수혈해주며 쓸쓸하지 않게 해주는 당장 가까운 이로부터, 더군다나 아주 작게 나를 키워냈던 어머니의 뱃속으로부터 가장 멀리 멀어지는 일이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다고 자신만만히 믿었던 것들을 검은색 매직펜으로 지워내는 일이다.
세상 흔한 것을 갖고 싶은 게 아니라면, 남들 다 하는 것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나만 할 수 있고, 나만 가질 수 있는 것들은 오직 혼자여야 가능하다.
혼자 있는 그곳은 속깊은 문장을 알려준다. 내가 숱하게 화를 내야만 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공손하게 손을 모으게 한다.
혼자 여행하는 동안, 당장 누군가가 옆에 없어 힘이 드는 건 돌아왔을 때 사랑해야 할 사람을 생각하라는 빈 ‘괄호’의 의미이며, 혼자인 채로 너덜너덜해졌으니 봉합해야 할 것들이 있다는 말이다.
건성으로 살다가 치열하게 여행을 가도 좋겠다. 참을 수 있는 만큼만 눈물을 참다가 여행을 떠나서 실컷 울어도 좋다는 이야기다. 돌아와서는 ‘삶은 보기보다 치열한 것으로 이어진다‘ 라는 철학으로 단단해질테니.
우리가 서로의 가시에 찔릴까바 서로의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않았다면, 우리가 자주 추운 것이 얼음 속에 언 채로 갇혀 있는 나를 꺼내주는 뭔가가 없기 때문이라면 미친 사람처럼 매일 아침을 여행으로 시작하라.
그러면 우리의 하루는 춤을 추면서 무대 위로 향한다. 남들이 보는 내 뒷모습도 달라 보인다. 손 씻으며 거울을 보더라도 지나치지 않고 자신에게 말을 걸게 된다. “어때? 너도 여행을 할때면 녹아서 사라져버리는 기분이 들지?” 라고.
일상을 여행하고 집에 들어와서는 매일 밤을 여행을 마친 사람처럼 잠들라. 그렇게 잠을 자는 것은 하루종일 많은 걸음을 걸은 나 자신을 껴안고 가라앉는 일임을 알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에겐 출신 성분의 비밀이 하나 있는데 우리 유전자 속에는 여행자의 피가 남아 돌고 있음도 받아들이기를 바란다.